From Seohee


“나는 항상 친구들에 대해, 그들과 나 자신에 대해 작업한다. 나는 미리 계획되거나, 연출되거나, 쓰여있지 않은, 매우 개인적인 순간들만 촬영한다. 실재인 것, 그리고 즉흥적인 것. 친구들 중 일부는 유명해졌고, 일부는 아직 유명하지 않으며, 일부는 영원히 유명해지지 않을 것이다.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내 친구다. 나의 현실과 삶, 친구들, 그리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들을 포착하고 축하하는 것 - 그것이 바로 내가 사로잡힌 것이다.”

_요나스 메카스

안녕, 나의 친구

편지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워. ‘서희에게’로 시작하는 편지를 스무 통 넘게 받다보니 어떻게 보답을 해야하나 조금씩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, 편지와 함께 나를 생각한 순간들, 고민한 시간들 역시 잠시나마 소유한다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던 것도 사실이야.

이 프로젝트에 가장 큰 영감을 준 요나스 메카스 Jonas Mekas는 ‘플럭서스’라는 예술가 집단의 일원이야. 한 글쓰기 모임에서 ‘호텔’이라는 주제문이 나왔고, 우연히 광주시립미술관을 살펴볼 일이 있었고, 그 길로 광주의 호텔을 예약했어.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요나스 메카스 개인전이 진행중이었고, 나는 그의 작품에 가슴 깊이 공감했던 것 같아. 삶의 사소하고 우연한 순간들을 사랑하고 축제처럼 여기는 것이 어쩌면 예술을 삶으로, 삶 자체를 예술로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왔거든.

나는 요즘 소설을 쓰고 있어. 소설에는 알파벳 이니셜을 가진 친구들이 여럿 등장해. 그 친구들은 실재하기도 하지만 가끔 부재하기도 하는데, 나는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감각하고 삶의 낯설음과 아름다움을 더듬어 나가는 것 같아. 무엇보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촉발되는 경이로운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서 스스로를 영원히 반복하거든. 나는 그런 것들을 쓰고 싶어.

받은 편지를 공개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일이기도 하지만, 나 자신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공개하는 일이기도 해서 내게도 용기가 필요했어. Homage to Jonas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이미 많은 용기를 꺼내 써버렸다고 생각했지만, 알 수 없이 솟은 힘으로 후속 작업까지 이어나갈 수 있었어. 그 용기는 편지를 써서 보내기 위해 고민했을 친구들에게 빌린 거라고 생각해.

우리가 다루어야 할 담론과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들이야 수도 없이 많을 테지만, 70년 전 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받고, 그 영감을 나누고, 일상을 예술적인 순간으로 바꾸고 싶었던 나의 시도에 반응해주어서 고마워.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 삶을 수놓는 아름다운 불꽃을 터뜨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야. 부디 재미있게 썼고, 읽었길. 또 무엇이든 다시 쓰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기를.

2023.03.04
나의 응답이 마음에 들었길 바라
서희